2012년 4월 5일 목요일

내가 아는 텍사스 홀덤포커 이야기



내가 아는 텍사스 홀덤포커 이야기 - 세계 최대의 도박 도시 마카오


지난 이야기에서 대한민국에서 텍사스 홀덤, 아니 사설 도박장에서 도박을 한다는 것은 도네이션(donation), 즉 기부 행위를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사설 도박장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신종 사기 수법들이 판을 친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도박 건달들이 버티고 있다. 확실한 물증 없이 함부로 의의제기 했다가는 도리어 뼈도 못 추리게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도박이 불법이라 억울해도 어디다 하소연 할 길도 없다. 이렇듯 도박 건달들은 업소를 봐주기도 하고, 직접 운영하기도 하고, 또 게임에 참여하기도 한다.

텍사스 홀덤이란 게임은 저 멀리 외국에서 물건너 왔다. 외국 사람들은 게임 도중 배팅을 하다 말고 서로 웃으며 농담 따먹기를 한다. 올인을 박아 놓고서도 콜을 할까 죽을까 고민하는 상대 선수를 두고 딜러에게 “리바이!(Re-buy - 칩 더줘!)” 라고 외친다. 물론 농담이다.


블러핑(bluffing - 뻥카)을 시도해서 상대 선수가 카드를 꺾으면 블러핑 한 카드를 또 자랑스레 오픈하기도 한다. 그러면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박수 치며 즐거워 한다. 잘 했다며 엄지 손가락까지 쳐든다. 물론 블러핑 당한 상대도 웃으며 넘어간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박판은 살벌 그 자체다. 일단 카드패가 돌아간 순간부터, 그 판이 종료 될 때까지 엄숙함이 지배한다. 배팅을 하려면 자기 순서가 오자마자 배팅을 해야 한다. 숨 쉬느라 한 박자만 늦어도 샤킹(sharking 속임수)이라고 해서 배팅도 못하게 한다. 도박 문화 자체가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영화 타짜에서 아귀가 걸핏하면 오함마를 찾는 것도 도박에 임하는 자세가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텍사스 홀덤이 처음 보급된 초창기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외국 유학생들과 교포들이 주로 판을 이끌다 보니, 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웃으며 게임을 즐겼다. 그러다 텍사스 홀덤이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여러 다양한 경로로 보급되다 보니 차츰 차츰 도박 건달들이 홀덤 판에 합류하게 되었다.

건달들이 도박판에 끼게 되면 분위기가 쿨 해진다. 카드 치다가 멋모르고 농담 한마디 던지면 바로 쌍욕 날라온다. 분위기 쿠울~ 하게 급속 냉각된다.

블러핑 시도했다가 이긴 카드를 무의식적으로 오픈 해서 보여주면, 테이블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건달에게 싸대기를 쳐 맞는 불쌍한 플레이어를 볼 수 있게 된다. 엄지 손가락을 꽉 쥔 주먹으로 쳐 맞기도 한다.

돈 잃고 속 좋은 놈 없다지만, 건달들은 돈 잃고 쓰린 속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건달. 그래서 돈 잃으면 카드 뭣같이 줬다고 딜러(dealer) 싸대기 날리고, 매너 없게 카드 쳤다고 죄 없는 상대 플레이어 싸대기 날리고, 돈 결제 해달라는 업소 주인에게 성질 돋군다고 싸대기 날린다. 이게 다 불법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들이다.

모든 도박 건달들이 이러는 것은 아니지만, 질 안 좋은 건달들은 도처에 깔려 있다. 그래서 건달들이 낀 판은 아무리 물이 좋아도 아예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

홀덤 판이 점점 이렇게 물이 흐려지다 보니, 많은 포커 플레이어들이 오프라인을 기피하고 온라인이나 외국으로 하나 둘씩 적을 옮기게 된다. 그래서 마카오로 발길을 돌리게 됐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