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벨트 인 블랙잭(Blackbelt in Blackjack). 아놀드 스나이더. CARDOZA PUBLISHING(국내 삼원기획). 2011.
난 소극적인 사람이다. 말은 그럴듯하게 할 때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행동은 굼뜨다. 솔직히 변화가 두렵다. 그런데 가끔 내 안의 ‘마초성’이 발현될 때가 있다. 글을 쓸 때, 카드를 만질 때, 연주를 할 때, 축구를 할 때. 즉 내가 관심갖고 좋아하는 걸 할 때다. 물론 다 잘하는 건 아니지만.
특히 내 안의 도박성을 발견하는 건 그 자체로 짜릿하다.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확률을 배웠을 때, 처음으로 주택복권이란 걸 샀을 때, 포커를 배웠을 때, 그리고 지금 카지노를 공부할 때 내 피는 역류하는 느낌이다. 또 타고난 지적 능력과 운동능력의 한계로 글쓰기나 축구에는 한계가 보이는데 도박에는 자질을 보인다. 한때 딜러를 꿈꾸기도 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도박은 마초스럽게 보이는 것과 달리 사실 소심한 사람에게 유리하다. 확률에 근거한 상식의 게임이기도 하다. 도박 자체가 마초스럽게 보이는 건 사실 도박에서 한때나마 크게 땄다고 유난을 떠는 사람이나 크게 잃어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사람, 요컨데 뉴스가 되는 사람은 도박에 자질이 없는 실제 마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강원랜드에 홀로 출전했다. 첫 출전이다. 때늦은 여름휴가를 맞아 내 야성을 불태우기 위한 도전이었다. 수업료는 20만원. 그리고 ‘블랙벨트 인 블랙잭’이란 다소 고가(2만6000원)의 책을 샀다. 시간의 제약상 게임 전에 책은 거의 못 봤다. 맨 앞부분, 룰과 용어 정도만 보고 가서 약 5시간만에 20만원을 다 잃었다. 궁색한 변명할 필요 없이 모르기에 쉽게 잃었다.
그렇게 실전을 익힌 후 휴가기간 내내 본격적으로 이 책을 탐독했다. 블랙잭 기본 룰은 물론, 히트/스테이 같은 게임의 정석, 카드 카운팅 같은 중급 기술과 그에 따른 수많은 공식들, 그에 따른 승률, 배팅의 노하우, 세계 각국 카지노의 현황과 예의범절, 속설까지 섭렵했다. 강원랜드는 플레이어가 딜러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참고로 블랙잭은 카지노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 중 하나다. 바카라나 슬롯머신을 비롯, 이름을 알 수 없는 다양한 게임들이 있지만 카지노는 역시 블랙잭이란 느낌이다. 포커는 7장으로 하는 세븐오디(seven ordinary)가 정석이듯. 게임 룰은 단순하다. 자신이 받는 카드로 21에 최대한 가까운 숫자를 만드는 것. 그 숫자로 카지노 측인 딜러를 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각종 룰로 인해 수많은 변수가 발생하고, 여기서 승패가 갈린다.
가장 관심갖고 본 건 확률이었다. 기본 공식만 숙지한 채 블랙잭을 경기하면 승률은 통상 -0.4~0.6%다. 즉 100만원을 가졌다면 1시간을 하든, 100시간을 하든, 1만 시간을 하든 대략 0.5%인 5000원을 잃는다. 이것보다 더 터프한 공식을 사용하면 -1%까지 질 확률은 높아진다. 그리고 여기에 남은 카드를 계산하는 방식, 이른바 카드 카운팅을 할 경우 비로소 딜러와 대등하거나 다소 유리한 경기를 할 수 있다.
강원랜드가 이길 수 없는 카지노인 건 단순하다. 카운팅(남은 패의 종류를 계산하는 법)을 할 수 없도록 카드를 딜러가 섞는 대신 기계가 자동으로 패를 섞기 때문이다. 결국 정석을 숙지한 플레이어도 아무리 공부해봤자 승률을 기본 -0.5%에서 편차 0.1% 이상 높일 수 없다. 1억원을 가진 플레이어가 운이 좋아 어느날 3000만원을 땄다고 해도 그건 예외적인 운일 뿐이다. 이 사람이 게임을 하면 할수록 확률상 500만원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그 역시 ‘정석’을 고수했을 때 뿐이다. 질 수 밖에 없다는 걸 안 사람은 자신만은 ‘강운’이 있다는 착각에 정석을 무시할 때가 있다. 그럴수록 승률은 더욱 낮아진다. 착각이 길어지면 자칫 중독의 길로 빠질 수도 있다.
결론은. 돈을 따기 위해서라면 강원랜드에 가지 말아야 한다. 오고가는 차비, 숙박비, 입장료(5000원)에 아무리 냉정하게 정석대로만 쳐도 가져간 돈의 0.5%를 바쳐야 하며, 보통은 그보다 더 잃는다. 아니, 보통의 자제력이라면 가져간 돈을 다 쓰고도 그 이상을 잃게 마련이다.
재밌는 건 그럼에도 난 또 강원랜드에 가고, 이 책을 다시금 탐독할 참이다. 난 도박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겐 모험심이 부족하다. 좋게 말하면 냉정하다. 승률 -0.5%를 다시말하면 이길 확률도 49.5%다. 인생에 이길 확률이 49.5%나 되는 게 있다면 즐겁지 않겠는가. 한낱 언론사 취업만 해도 수십, 수백대 일의 경쟁률이건만.
정석대로만 친다면 1000번 갔을 때 495번은 차비 정도 벌어올 것이며, 505번은 적은 금액의 즐거움의 대가로 카지노를 즐길 수 있다. 정석(상식)을 알고, 가늘고 길게 즐길 생각을 가진 난 이미 카지노의 고수다.
일본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라이브카지노를 개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랜 경기 침체를 이겨낼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여당과 야당 소속 150명의 의원들은 2년 안에 라이브카지노를 합법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오는 6월 말 정기 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제출하기로 했다고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와야 다케시 자민당 의원은 “라이브카지노 산업은 관광 수요를 늘리는 한편 관련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웃 나라들이 유사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법안 통과를 서두르지 않는다면 일본은 큰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도박이 불법이다. 다만, 정부는 자전거와 모터보트·모터사이클·경마에 대한 베팅은 허용하고 있다. 파친코(슬롯머신)도 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에서 라이브카지노 합법화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3월 대지진과 뒤이은 원전사고에 따라 국가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은 많이 줄어든데다 지진 발생 지역인 동북지방 재건 비용에 정부가 엄청난 돈을 투입하고 있는 것도 부담요인이다. 이에 따라 일부 로비스트들은 라이브카지노가 국고를 든든하게 해 주는 새로운 바람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이 라이브카지노를 합법화할 경우 업계 잠재 매출은 100억~440억달러(약 11조~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키나와·오사카·지바현이 자체 예산으로 라이브카지노 유치를 할 수 있을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아시아 최대 도박시장은 마카오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의 경우 2010년 라이브카지노를 합법화한 이후 관광객이 급증해 지난 한 해 222억싱가포르달러(약 20조원)를 거둬들였다. 전년과 비교해 17%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 관광객 수도 13% 늘어난 1320만명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전용 라이브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라이브카지노 합법화에 대한 현지 여론은 우호적인 편이다. 지난해 일본 두 개 신문사 설문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대상 60% 이상이 라이브카지노 합법화를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자와 사키히토 민주당 사무총장은 “옛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마피아가 카지노를 운영하는 일이 많았지만, 요즘은 다르다”며 “라이브카지노는 쇼핑센터를 보유한 1급 리조트가 됐기 때문에 일본도 이런 산업을 육성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