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 이야기

18세기 베니스 최고의 남자이며 희대의 바람둥이였던 ‘쟈코모 카사노바’가 할리우드에서 부활했다.
지난 봄부터 상영이 시작된 카사노바(주인공 히스 레저)영화는 단지 카사노바가 여자의 정조만 탐한
 남자였다면 신화(神話)로 남지 않았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카사노바는 자신의 여성편력에 대해 “만나는 여자를 사랑함과 동시에 그 여성들로부터 사랑을
 받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 여성들로부터 경멸이 아닌 존중을 받는 인물임을 강조했다.
이제까지 단순한 바람둥이로 알려진 카사노바가 실제로는 (여자와)사랑을 동등하게 주고받는
 ‘모범적인’ 남자가 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한 남자였다고 이 영화는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카사노바’하면 1955년의 박인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955년 7월 22일 혼인빙자간음혐의로 법정에 선 카사노바에 대해 재판부는
“법은 정숙한 여인의 건전하고 순결한 정조만을 보호한다”는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판결을 내려
이 사건이 더 유명해졌다.당시 70여명의 여성을 농락했다는 박인수는 이후 한국의 카사노바를
대표하는 주자로 50여년을 이어오고 있다.

원래 고급 도박장을 겸한 사교장으로 만들어진 카지노는 종종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그런 터전 이어서인지 카지노에도 생전 처음 만나는 남자와 여자끼리 ‘은밀한’ 거래를
통한 잠자리도 생기지만 하룻밤 풋사랑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강원랜드 단골 고객인 이은철씨(45.가명)는 카지노 개장이후 최고의 카사노바로 알려진 인물이다.
2001년 1월 강원랜드 스몰카지노 개장 3개월 만에 카지노에 발을 담근 이씨는 초창기 모든 사람들이
 그러했듯 '물 좋은' 시절을 보냈다. 서울 강남에서 30평형대 고급 아파트와 골프회원권을 소지하고
외제 승용차를 몰며 용돈을 펑펑 쓰던 이씨는 인물과 매너는 물론 스포츠와 잡기에 능하고 말주변도
좋아 주변에 따르는 여자가 많았다.

서울에서도 ‘작업의 달인’이란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여성들의 인기를 끌었던 이씨는 당연히 카지노에
서도 인물 좋고 매너 깍듯하고 돈 많으니 화려한 카지노의 밤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특히 카지노에 오는 여자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미모를 겸비한 탓에 많은 늑대들이
 군침을 삼키며 득실대는데 여자들의 심리를 꿰뚫는 이씨에게는 훌륭한 무대가 아닐 수 없었다.
카지노에서 ‘씩씩하게’ 베팅을 하다가 3억이 넘는 돈을 날린 뒤 부인과 헤어지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부인과의 이혼은 이씨의 여성편력에 날개를 단 셈이었다.

이때부터 ‘화려한 싱글’이 된 이씨는 사북에 방을 얻은 뒤 카지노에서 알게 된 전당포 업자와 사채동업
을 했다. 게임을 통해 알게 된 손님의 신용상태를 두루 파악하고 있는 이씨는 훌륭한 영업사원이
될 수밖에 없었고 전당포는 매출과 수익이 날로 늘어났다.
매월 수천만원의 돈을 벌며 카지노에서 돈을 잃은 여자 가운데 얼굴이 반반한 여자에게 신용으로
돈을 빌려주며 하룻밤 풋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몇날 며칠씩 동거를 하기도 했다.
“누님!” ”언니!”하며 여자를 다루는 기술이 능한 이씨는 점찍어 안 넘어가는 여자가 없을 정도로
사채를 하는 1년 6개월 동안 깊은 관계를 맺은 여자가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였다.

20대의 나긋나긋한 아가씨는 물론 30대와 40대의 원숙미를 자랑하는 여자 가운데서도 이씨는
 최소한의 미모를 가려 여자를 ‘쵸이스’했다.
돈 받는 능력도 뛰어난 탓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여자에게 돈을 떼이는 일이 드물었다.
매일처럼 카지노에 출근해 사채도 빌려주고 게임도 하며 '바카라 Lee'로 명성을 얻었지만
여자와의 사랑은 부수적인 일이 될 때도 있고 얼굴이 정말 반반한 경우에는 여자에게 ‘올인’하듯
사력을 다해 매달렸다.
그러다가 이씨는 진저리가 날만큼 떨어지지 않으려는 여자도 경험했다.
미국 영주권을 갖고 라스베이거스카지노에 출입하던 한 여자는 카지노 때문에 남편과 이혼을
당하고 강원랜드에 왔다가 이씨를 만났다.

유창한 영어회화실력과 서글서글한 매너, 이제까지 카지노에서 접하지 못했던 색다른 분위기의
여자에게 호감을 가진 이씨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좋은 것도 한 두달인데 여자가 너무 이씨를 좋아하고 집착하는 바람에 정이 떨어져 해어지자고
 했으나 여자는 절대로 해어질 수가 없다고 했다.고민하던 이씨는 정리할 묘안을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뒤 비가 억수처럼 내리는 날 여자를 사북역으로 불러냈다.
영문을 모르고 사북역 광장에 나온 이 여자에게 우산도 없이 장대비를 맞으며 다가간 이씨는
“나는 할 일도 많고 당신과 더 이상 살 수 없으니 헤어지자”고 말했다.
여자는 “나는 이제 당신 없이는 살 수가 없다. 내가 돈을 벌어 당신을 하늘처럼 섬길 터이니 제발 함께
 살아 달라”고 애원했다.

대충 사정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이씨는 폭우가 쏟아지는 역전 광장에 무릎을 끓고
“나는 당신과 살면 폐인이 될 것 같은데 제발 나의 소원을 들어 달라”고 두 손을 빌며 이번에는
이씨가 간절히 애원하고 나섰다.
이렇게 30분 이상 빗속에서 애원을 한 끝에 여자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이곳을 떠나겠다.
 그러나 내가 필요하면 언제라도 당신에게 달려 오겠다”고 말하고 눈물을 흘리며 이씨 곁을 떠났다.
또 서울에서 룸살롱 마담을 하다가 카지노에서 이씨를 만난 미모의 30대 여자는 이씨의 자상한 환대와
 유머 넘치는 익살에 빠져 1주일 정도 머물 예정이었으나 3개월 이상 지체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이씨는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며 만난 여자에게 접근해 작업을 하는 한편 대리게임을 통해
 일당을 벌며 카지노 카사노바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

이씨는 여자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주머니에 돈이 있을 때는 여자들이 서로 만나고 싶어 하거나 함께 자고 싶어 안달이었다.
여자가 잘 보이려 선물도 하고 밤 먹자, 술 사주겠다고 유혹하는 여자도 많았다.
하여간 지난 6년간 카지노에서 관계를 맺은 여자는 80여명을 헤아린다.
탤런트 뺨치는 20 초반의 아가씨부터 술집 마담과 홀로 사는 과부는 물론 유부녀까지 별의별 여자를
경험했다. 내가 봐도 신기할 정도로 많은 여자를 만나고 헤어졌다. 그러나 가슴 아픈 이별도 많았다.
카지노에서 만난 여자들과 짧은 사랑을 하기도 하고 사랑 없는 애정을 나누기도 했지만
이별은 언제나 속상하고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