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5일 목요일

도박사란 소설 중에서...

전에 읽었던 도박사란 소설 중에서 .......
 
 
-그런데 무슨 돈이 있어서 카지노 도박을 하게 된 거예요?
-돈이 있어서 한 건 아니예요. 바카라. 아버지가 좋아하시던거라 아버지 생각이 날 때면 혼자 그걸 하곤 했어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다 문득 깨달았어요.
-뭘요?
-진리요
-네? 진리라니요? 도박에 이기는 방법은 없다면서요.
-방법이 아니예요. 물론 방법은 없어요. 하지만 나는 도박의 본질을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본질을요?
-도박은 마음의 게임이라는 사실.
-마음의 게임이라면?
-마음을 다스리는 게임이란 뜻이예요. 즉 조화의 게임이지요.
 
-이해가 잘 되지 않네요.
서후는 더 이상 설명을 하려 들지 않았다. 그러나 무교는 서후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서후으 이야기는 그의 내면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는 기회였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는지도 알 수 없었다. 무교는 계속 질문을 했다.
 
-누구든 돈을 보면 따고 싶어 하지 않나요?
-물론 그렇지요. 그걸 욕심이라 할  수 있을 거예요. 그 욕심을 피해야 해요.
-그러나 그게 피해질까요?
-안 되죠. 그래서 다 잃는 거예요.
 
-서후 씨는요?
-누구든 욕심과의 싸움에서는 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이기잖아요?
-이기지 못해요. 늘 진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할 뿐이죠.
 
-이제 까지는 운이 좋았던 모양이죠?
-진짜 도박사는 운에 의해 좌우되지 않아요. 좋은 그림은 좋은 그림대로 나쁜 그림은 나쁜 그림대로 소화를 해내야지요. 큰도박사가 아니라면 작은 것만 개선해도 성적이 크게 향상돼요.
-무얼 개선해야지요?
-도박을 하기 전 목표를 확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그건 카지노 밖에서 결정해야지요. 집을 떠나기 전에, 돈을 마련하는 단계에서 말입니다.
 
-목표는 어느 정도로 잡나요?
-가지고 가는 돈의 20퍼센트 정도가 좋아요. 일단 목표를 잡았으면 절대 카지노 안에서 그 목표를 바꾸면 안 돼요.
-운이 붙어 잘 되는 날도요?
-운이란 없다고 그랬잖아요. 운에 기대면 결국 잃어요. 운이 아니라 의지로 이겨야지요.
 
-역시 서후 씨는 보통 사람들과는 좀 다르네요.
-그러고도 목표를 잘게 쪼개야 합니다. 나무 한 다발은 못 꺾어도 한 개씩은 부러뜨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에는 인내가 필요해요. 그래서 도박의 본질은 인내입니다.
-인내만 하면 이길 수 있어요? 도박이란 것이.
-그렇지요.
 
서후의 대답은 너무도 분명했다. 무교는 소리 내어 웃었다. 서후도 같이 웃었다.
-도박의 길이란 바로 인생의 길이란 말이군요.
-인간의 수양 정도가 도박에 그대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어요. 겉으론 아무리 훌륭한 인격자라도 그 속을 뒤집어 보면 세상에 대한 정리가 안 돼 있는 사람이 많겠지요. 도박 역시 마찬가지예요. 그 내면의 완성도와 수양이 바로 결과로 나타나지요.
 
-우리 어디 가서 맥주 한잔 해요.
무교는 서후의 얘기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그를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의 내면 세계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갈 수 있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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