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간 현지의 스타월드 카지노는 대부분이 바카라나 블랙잭으로 가득했다. 중국인의 특성상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경기보다는 쉽고 빠른 승부를 즐긴다.
최소 배팅액은 테이블마다 차이가 있지만 100홍콩달러가 최소 배팅액이다. 한화로 약 1만3000원. 1회 최소 배팅액 치고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대부분의 테이블에는 최소 배팅액을 500홍콩달러로 정해놓고 있으며 별도로 마련된 VIP룸은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이 있어야 입장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한산한 전자식 슬롯머신은 배팅액이 적고 찾는 사람도 많지 않다. 높은 배당이 걸렸다 하더라도 영화처럼 현금이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게임종료 시점에서 남은 점수가 쿠폰으로 출력돼 환전하는 형식이다.
현지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한 바카라 테이블에는 수십명의 구경꾼들이 몰린 가운데 2만홍콩달러를 칩으로 교환한 한 게이머가 한꺼번에 최고 한도를 걸었다.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게이머를 응원했지만 극적으로 딜러가 승리하자 테이블에서는 아쉬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큰 돈을 잃은 게이머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황급히 자리를 떴다.
카지노를 나오자 인근에는 명품, 시계 등의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전당포들이 즐비했다. 동이 터올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전당포는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좀 전에 큰 돈을 잃었던 게이머도 이곳에서 서성이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홍콩과 라스베이거스를 넘은 마카오
서울의 종로구와 크기가 비슷한 마카오(28.6㎢)에는 카지노가 29개나 자리 잡고 있다. 중국언론들이 보도한 지난해 마카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6000달러. 2006년 2만8436달러에서 1년만에 7500달러가 증가한 것이다.
마카오의 경제 발전 속도는 가공할만한 수준이다. 2006년 1인당 GDP가 홍콩을 넘어서면서 중국 제1의 도시로 발돋움했고 같은 해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도박 도시로 올라섰다. 규모나 카지노 수에서는 라스베이거스가 우위에 있지만 라스베이거스가 65억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동안 마카오는 69억달러를 끌어 모았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매출을 크게 앞서고 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마카오 도박감찰관리국의 자료를 인용해 마카오 카지노의 올 1분기 실적이 작년 동기대비 62%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3월까지 마카오의 매출은 약 35억4511만달러. 라스베이거스의 2월까지 실적은 11억5000만달러인데 이를 기준으로 해 보더라도 평균 2배 이상의 매출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마카오는 1999년 포르투갈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10%에 달했던 실업률을 3.2%까지 낮췄다. 인구 50만명의 도시에 2006년에 2200만명, 2007년에 2700만명의 관광객이 모여 들었다. 인구 700만명의 홍콩에서 연간 마카오를 찾는 사람은 690만명이나 될 정도다.
급격한 성장세에 대한 우려도 있다. 최근 마카오 정부는 도박산업의 급격한 성장세와 카지노의 집중이 사회문제로 확대되자 2012년 종료되는 신규 카지노사업 유예기간을 연장할 방침이다.
카지노 관련 인력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딜러가 되기 위해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금융, 의료산업 등 각 분야에서 카지노에 우수 인력을 빼앗기는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세계의 자본, 마카오로 총집결하다
마카오가 세계 최대의 도박 도시로 성장한 데에는 라스베이거스를 근간으로 한 세계 최상위 카지노그룹이 진출한 데 힙입은 바 크다. 샌즈그룹, MGM, 윈리조트 등 미국의 카지노업체들이 마카오에 카지노를 건설하는데 200억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인 샌즈그룹은 2004년 마카오에 별도 법인을 만들고 개장했다. 2년 가량 걸릴 것으로 봤던 투자금 2억4000만달러는 불과 8개월만에 모두 회수했을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황제 스티븐 윈이 아시아시장 공략을 위해 세운 윈리조트는 2006년 9월 개장해 연일 승승장구다. 윈호텔에 따르면 2010년 3분기 객실점유율은 96%에 이르고 있다. 비수기인 2분기에도 85%의 객실점유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성업 중이다.
마카오의 급격한 성장에는 중국정부의 여행 제한 규정 완화에 따른 영향이 크다. 중국 중앙정부는 2003년 홍콩, 마카오 여행을 자유화 했으며 마카오 방문객 수는 2002년 1153만명에서 2009년 2200만명으로 2배수 가까이 증가했다. 주홍콩 총영사관에 따르면 2013년 3500만명의 관광객이 마카오를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엄청난 관광객의 증가에 따라 마카오의 세입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년도에 비해 40% 가량 세수가 증가했다. 기존 마카오의 강점인 적은 세금도 해외 자금이 몰려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마카오의 세금은 법인세와 소득세로 최고 12%에 불과하다. 정부 수입의 70% 이상을 책임지는 카지노 세금은 매출액의 35%에 5%의 기금이 추가로 부가된다.
세수가 늘어나자 마카오 정부는 남는 돈을 어디에 써야할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마카오정부는 정부예산의 약 1/3이 넘는 1조1000억원 가량을 쓰지 못했다. 걸핏하면 추경예산을 발표하는 한국 정부와는 상반된 상황이다.
지난해도 상반기까지 40%의 추가 세금이 걷혔다. 세율은 낮추는데 세수는 늘고 있는 것이다. 마카오 정부는 의무교육을 13세에서 15세로 연장하는 한편 의료혜택을 늘리는 등 남는 예산을 복지분야에 쓰고 있다..
마카오 정부는 입법회의에서 46만명의 마카오 거주자에게 개인당 64만원을, 해외 체류 중인 주민에게 38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마카오의 재정잉여금은 약 2조4900억원에 달한다.
남아도는 세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마카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한탕을 하려는 게이머들이야 말로 거액의 세금을 한푼도 깎지 않는 모범 납세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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