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3일 토요일

노정연씨 수사 총선까지 중단

대검 중수부 “바둑으로 얘기하면 봉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37)씨의 2009년 ‘13억원 밀반출 의혹’ 사건과 관련, 대검 중수부(부장 최재경)가 4·11 총선까지 수사를 잠정 중단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상대 검찰총장 등 수뇌부 회의에서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당분간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재미동포 경연희(43·여)씨가 미국으로 밀반출한 13억원이 노정연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지난달 25일부터 조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총선이 끝난 뒤 수사를 재개하는 방안은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가 고인 사망으로 영원히 봉인(封印·밀봉한 자리에 도장을 찍음)된 것이라면 이번 사안은 바둑에서 얘기하는 ‘봉수(封手·대국 도중 휴식을 취할 경우 다음에 둘 수를 상대방이 못 보도록 기보에 적어 따로 보관하는 것)’와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사 착수 때의 의도와는 달리 이번 사건을 두고 검찰을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목소리가 많아 쿨다운(Cool Down)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봉인된 노 전 대통령 사건과는 관련없는 별개의 단서가 포착돼 시작된 것”이라고 전했다. 2009년 ‘박연차 G카지노게이트’ 수사 때는 노 전 대통령과 가족이 연루된 뇌물 사건이 불거졌지만 이번 사건은 돈을 외국으로 빼돌린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사건이라는 것이다.


◆총선 앞둔 불가피한 선택=검찰이 수사를 당분간 중단키로 한 것은 조사의 어려움이라는 현실적인 이유와 야당에서 정치적 공정성 논란을 제기함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외화밀반출에 개입한 외제차 딜러 은수태(54·경씨 측근)씨를 지난달 25일 체포해 조사했다가 돌려보낸 뒤 최초 폭로자인 이달호(45)씨 형제 등을 잇따라 불러 조사했지만 뚜렷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또 2009년 1월 미국 코네티컷주 폭스우즈 G카지노에서 정연씨에게 “100만 달러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시민권자 경씨가 귀국하지 않아 조사가 벽에 부닥친 상황이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정연씨는 이달 20일께 출산을 앞두고 있다. 또 정연씨 남편 곽상언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아내는 아비를 잃은 불쌍한 여인이다. 이미 자신의 행위책임을 넘는 충분한 형벌을 받았다”는 글을 올리면서 검찰을 비난하는 여론이 급격히 늘고 있다.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민주통합당 등 야당 측이 “검찰의 선거 개입” 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점도 검찰을 부담스럽게 한 것으로 보인다. 재미동포 안치용씨가 최근 “검찰이 2010년 10월부터 이달호씨에게 관련 내용을 묻는 등 내사를 벌였었다”고 밝히면서 수사 시점에 대한 의문이 커진 점도 수사 중단을 결정하게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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